블록체인과 미술

예술분야의 과제와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

예술 정보를 발간하는 '미술수첩'에서 미술품 시장에 관한 보고서 'The Art Basel and UBS Global Art Market Report 2019'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보고서는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Art Basel과 스위스 은행 USB에 의한 것으로, 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세계 미술품 시장 규모는 674억 달러로, 해마다 변동은 있겠지만 최근 10년간 시장규모는 약 600억 달러 근처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18년 갤러리에서 매출이 가장 많았던 것이 359억 달러이고, 공개 경매가 291억 달러(미술, 장식예술, 골동품), 아트 페어가 165억 달러, 온라인에서 6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시장은 전년 대비 11%로 가장 성장률이 높고, 경매 하우스에서의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The Art Basel and UBS Global Art Market Report 2019

세계 미술품 시장은 약 75조 추산, 아트 바젤과 UBS가 2018년 보고서를 발표 | 미술수첩

 

The Art Basel and UBS Global Art Market Report

 

일반적으로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가격은 고액으로, 신중한 진위 판정과 내력 검증이 필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증서는 통일된 포맷이 없고, 내력도 명료하다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갤러리와 경매 등을 통하여 판매 수수료가 발생하며 거래 금액이 상승할 여지가 큽니다. 이 수수료에 대해서는 현대 미술을 판매하는 태그보트(TAGBOAT)의 기사 '예술과 돈의 이야기'에 잘 나와 있습니다.

"예술에 관해서는 상당히 비싼 작품을 제외하고 수수료 10% 이하는 거의 없습니다. 경매에서 작품을 판매하면 15 ~ 30%, 살 경우에는 10 ~ 15%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갤러리를 통해 판매하는 경우에도 20~60%는 있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누가 언제 만든 작품이고, 어떻게 소유해 왔는지 등의 정보를 변조 불가능한 형태로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업계의 관습에 따라 매매가 이뤄지는 혼란을 해소하고 매매 시 발생하는 비용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블록체인의 특기 영역입니다. 또한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여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분할하여 소유하거나 다시 판매할 때도 아티스트가 매출액의 일부를 받도록 하는 등 계약을 자유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해외 동향

블록체인을 미술에 응용하려는 움직임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현재는 프로젝트의 종료가 선언되었지만, 2013년에 프로젝트가 시작된 Ascribe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창업자 중 한 명인 Trent McConaghy 씨는 Ascribe의 개발 및 운영부터 그 확장성과 상호 운용성, 시큐리티에 관한 과제를 명확히 하고 보다 범용적인 BigchainDB, Ocean Protocol의 개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BigchainDB • • The blockchain database.

Ocean Protocol — A Decentralized Data Exchange Protocol to Unlock Data for AI

 

가상통화 시장이 고조되었던 2017년 후반부터 2018년 초반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작품의 증명서 발급내역 관리, 매매를 가능케 하는 여러 플랫폼이 발표되었습니다만, 업데이트가 중지된 것도 적지 않습니다. 2020년 1월 현재, 개발 및 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영국의 Verisart(2015), 미국의 Artory(2016), 영국의 Maecenas(2016) 등의 프로젝트 개요를 살펴봅시다.

 

Verisart

Verisart는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작품의 인증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로, 이 분야의 선구자이며 '아이 웨이웨이'와 Shepard Fairey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 인증서를 Bitcoin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발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Verisart가 발행한 인증서의 예입니다.

 

아이웨이웨이(Ai Weiwei, 1957~)

Verisart가 발행한 증명서

 

2019년 10월 Verisart는 Galaxy EOS VC Fund에서 2.5백만 달러(약 275억 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Art on blockchain pioneer Verisart raises $ 2.5M for art and collectibles certification - TechCrunch

Art on blockchain pioneer Verisart raises $2.5M for art and collectibles certification – TechCrunch

 

Artory

Artory는 Ethereum 블록체인을 이용한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콜렉터는 작품의 가입을 요청하고 옥션하우스 등 Artory가 신뢰하는 파트너에게 요청을 확인합니다. 요청이 승인되면 작품이 블록체인에 기록됩니다. 작품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만, 소유자에 관한 정보는 적절하게 보호된다고 합니다. Artory의 강점은 TEFAF(유럽 파인 아트페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Nanne Dekking 씨를 필두로 파트너 CHRISTIE'S를 비롯하여 유력한 예술 관련 기업들을 끌어들여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작품과 그 내력 정보의 관리

Maecenas

Maecenas는 예술 투자를 위한 플랫폼입니다. Maecenas의 새로운 점은 작품을 토큰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비싼 작품을 소액으로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2018년에는 Andy Warhol의 작품인 '14 Small Electric Chairs'를 Ethereum 위에서 ERC20 표준에 기반하여 토큰화하여, 작품 평가액 5.6백만 달러의 31.5%인 1.7백만 달러가 경매로 모아졌습니다. 경매 참가자는 작품의 일부를 Bitcoin, Ethereum 또는 Maecenas의 토큰 ART에서 구입했습니다. 경매 프로세스는 완전히 스마트 계약으로 실행되었다고 합니다.

 

 

Maecenas successfully tokenises first multi-million dollar artwork on the blockchain : Maecenas Blog

Maecenas successfully tokenises first multi-million dollar artwork on the blockchain : Maecenas Blog

 

소유권은 중개인 없이도 토큰으로 거래가 되며 블록체인을 추적해 이력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경매에 나온 것은 작품 평가액의 49%에 해당하는 토큰으로, 낙찰된 것은 그 일부라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Andy Warhol의 작품에 이어 Maecenas는 Ethershift와 John McAfee와 공동으로 Picasso의 작품을 토큰화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에 걸쳐 분산 경매가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아직 업데이트된 소식은 없습니다.

 

Picasso to be Tokenized on the Maecenas Platform : Maecenas Blog

Picasso to be Tokenized on the Maecenas Platform : Maecenas Blog

일본

일본은 많은 산업분야에서 해외를 추종하는 형태로 블록체인이 도입되고 있습니다만, 미술에 있어서는 일본에 재미있는 활동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startbahn, Anique를 소개합니다.

startbahn

2014년 창업한 startbahn 주식회사는 자신도 현대 미술가인 '시이 타이헤이' 씨가 이끄는 스타트업으로 Ethereum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미술의 유통 · 평가 플랫폼을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착상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작품 전시 및 매매 시 그 대가를 아티스트에게 환원시키는 구조로, 신인 아티스트의 활약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에 구상의 실현을 뒷받침할만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2019년 10월 startbahn은 예술 투자를 위한 플랫폼인 Maecenas와의 제휴를 발표하고, Art Blockchain Network(ABN)의 백서를 발표합니다. startbahn은 Maecenas와의 제휴처럼, ABN을 이용한 기업과의 공동개발을 전개하려 하고 있습니다.

 

ABN은 많은 작품과 그 내력이 공유되어야 비로소 예술의 유통 · 평가 플랫폼으로서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에 공공성과 상호 운용성을 중시하여, 별도 ABN 협의회를 통해 운용에 임할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ABN 공개는 2020년 상반기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スタートバーン株式会社 ｜ Startbahn, Inc.

 

Anique

Anique는 2019년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Tokyo Otaku Mode가 진행하는 오타쿠 코인 구상에 찬동하는 기업입니다.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일러스트 등 일본 특유의 분야를 블록체인에 디지털 소유권으로 기록하는 형태로 디지털 아트워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현재 Anique에서는 '진격의 거인'을 비롯한 6작품의 디지털 아트워크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소유권 관리에 Ethereum의 ERC721 표준으로 커스터마이징 한 토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인증서를 받을 뿐만 아니라 액자 포장된 작품을 1점 주문하거나 별도의 특전을 받거나 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 이전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에 가능하며, 소유권 이전 시에 지급되는 돈의 일부는 아티스트에게 환원됩니다.

Anique（アニーク）とは

Anique가 발행하는 증명서

 

국내 동향

Artbloc

Artbloc는 2019년 3월에 설립된 국내 기업으로 지금까지 소개한 기업에 비해 젊은 기업입니다. Artbloc는 2019년에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2점을 구입하고 1조각당 8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분할 판매되는 David Hockney작 Picture Gathering with Mirror

 

Artbloc의 기록은 Ethereum 블록체인에 남아있고 토큰은 개인 간 또는 2020년에 개설될 예정인 플랫폼에서 거래 가능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토큰화 된 작품 자체는 서울의 갤러리에 전시됩니다.

ARTBLOC - Fine Art, Blockchain, Fractional Ownership, 아트블록

 

Seoul's Artbloc to Offer High-End Art Using Blockchain-Based Fractional Ownership - CoinDesk

 

예술과 블록체인의 미래

한 점 만으로 매우 고가가 될 수 있는 '미술작품'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며, 자신만의 산업구조 및 상거래 관습을 지닌 예술 분야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중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Verisart나 Artory처럼 역사 깊은 옥션하우스 등 업계 선두를 끌어들여 저명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다루는 플랫폼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물이 없는 부분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우리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지만, Maecenas가 예술을 토큰화하고 스마트 계약 거래로 자유도 높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큰 의의가 있습니다. 부분 소유권뿐만 아니라 재판매 시 아티스트에게 이익 배분이 가능한 것도 스마트 계약 덕분입니다.

 

한편, 실체가 있는 작품과 블록체인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서비스 간 상호 운용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다양한 거래 중에서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재할 것인지 등 여러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산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이 업계 데이터 표준의 개발이 요구되어 ABN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연결하고 다양한 거래 형태를 망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몇 년 동안 예술 분야에서는 시행착오로 블록체인의 도입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나 어떤 작품이든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도 존재했지만, 2020년 현재는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블록체인 도입 효과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향후 블록체인의 효과가 검증된 후, 신생 아티스트까지 폭 넓게 활용하는 구조가 확립될지 주목하고 싶은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