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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양자 컴퓨터여, 나를 더 두근거리게 해줘 (1/9)

by 두우우부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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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업계의 트렌드 기술의 명칭은 '버즈 워드(buzzword: 언론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유행어)'가 될 때가 많습니다. M2M, 유비쿼터스, Web 2.0, 그리고 'AI'...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이 등장하면 거기에 가장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고 아는 척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름은 세상을 춤추게 하고, 우리 기술자들을 농락한 끝에 결국 무책임하게 사라져 갑니다.(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지금 여기서, 당신의 '아는 척'을 냉혹하게 따지며 규탄합니다.

 

왠지 전혀 즐길 수 없는 양자 컴퓨터 공부

최근 이 연재를 위해 상용 양자 컴퓨터 책을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즐겁지 않습니다.

 

그것은 양자 컴퓨터 책을 쓰는 사람도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든 독자에게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일상어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그린 도면을 넣는다던지,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제목을 궁리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저자분들 덕택에 저같이 미천하고 저능한 사람이 페이지 끝까지 간신히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안 그런 책이 많습니다만...).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제가 이 책을 다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이 칼럼의 연재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그럼, 만약 '연재'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양자 컴퓨터의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사회인(연구원 및 기술자)이나 '졸업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졸업시켜주지 않는 학생이라면,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이해해서 연구 개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생이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하루, 자칫하면 몇 시간 이내에 기사를 써내야 하는 편집자와 작가에게 있어서 '양자 컴퓨터'는 밥벌이 재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 내용은 전문가의 글이나 발언들을 Ctrl+C, Ctrl+V 하여,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볼만한'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복붙'또는 '볼만한'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그것을 신뢰합니다. 왜 믿냐면 의심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복소수와 파동 함수 및 양자 비트를 만드는 방법 따위 알 수 있을 턱이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볼만한' 기사라는 사실로 충분합니다. 독자는 그 내용을 또 복붙 해서 양산하고 SNS 등에 유포, 이러한 확대 재생산 과정이 계속됩니다.

 

이렇게 버즈 워드는 완성됩니다.

 

이렇게 "양자 컴퓨터"라는 말을 알게 된 사람은 이 '볼만함'에 끌려, 서점 또는 '알라딘'에서 '양자 컴퓨터'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손에 넣습니다. 일상 언어로 작성되어 있고, 컬러풀한 종이에 그림도 많고, 가능한 한 수식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제1장: 양자 컴퓨터의 역사, 제2장: 양자 컴퓨터가 만드는 미래'까지 읽고, '허수 i'가 등장하는 곳에서 조용히 책을 닫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그 책은 잊혀집니다.

 

 

이렇게 버즈 워드는 원래의 임무를 종료하고 그 역할을 완료하는 것입니다.

 

 

굳이 이 버즈 워드의 장점을 꼽자면 '출판 및 광고 산업에 대한 작은 버블'과 '미래에의 희미한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버즈 워드는 우리 연구자, 기술자들을 한번 쓰고 버린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제 증오의 대상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의 증오는 상당히 꼬여있고, 악성이며, 깊이 있는 것입니다.

 

예로, 인공 지능 붐으로 인공 지능 만능론을 주장했던 인물의 기사를 저장해 두고 있으며, 저에게 비판적인 코멘트를 해 온 사람들도 리스트업하고 있습니다. 제 은퇴 후의 즐거움은 이러한 기사와 인물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입니다.(농담...)

 

그것은 제쳐두고,

 

사실 이번 연재 '양자 컴퓨터'는 혼란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제가 양자 컴퓨터에 대해 지금까지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완전 초짜이기 때문입니다. 뭐, 다른 칼럼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있었지만, (1)주말에 집에서 기계를 만지작거린다던지, (2)실제로 계산(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등 스스로 자신을 속일 정도의 자신감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지금까지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특히 결정적인 차이점은 집에 '양자 컴퓨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징징거림'을 인터넷에 써서 도와주실 분을 모집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분들의 선의가 이어졌고, "양자 컴퓨터에 정통하신 분"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제게 부탁한 것은,

(1) 당신의 사상과 주관에서 비롯된 메타 표현들은 그냥 수용하세요
(2) 그러나 양자 컴퓨터의 본질적인 착각, 오해에 관해서는 가차 없이 돌진해 주십시오

 

라는 두 가지였습니다. 귀찮고 짜증나는 부탁이었지만,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본 연재에 있어서, 이 분을 '양자 컴퓨터 덕후 TU씨', 통칭 '양덕 T씨'라고 하겠습니다, 양덕 T씨는 저의 원고에 "가차 없이 돌진" 하기로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T씨의 '공격'이 다음 연재부터 계속되겠습니다.

 

이제 '양덕 T씨'와 '무례한 후배'와 '저'의 3명으로 이 연재를 돌려갈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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